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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사는 이야기/일기

어머니가 검정고시를 시작하셨답니다.....

2013-03-29

 

우리 어머니...올해로 68세의 46년 개띠시다.

가만있자....어머니가 중학교를 졸업하셨었나?

내 학창시절 왜 학교에서는 그렇게도 부모님의 학력사항을 적어 내라 했던지?
부모님 학력란에 고졸이라고 쓰시면서 아버지는....
'내가 대학을 못 나와서 돈 벌기가 힘들다..."는 푸념을 하시곤 했다
어머니 학력란에도 아버지와 같이 고졸이라고 아버지가 써 주셨지만...

언제었던가...어머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
서울로 올라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.

68세의 할머니
술 좋아하시고....친구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를 만나
젊은 시절부터 그리 고생하시던 어머니시다.

내가 아버지로부터 따뜻한 아버지의 사랑이나 인생의 상담 등을 들어 본 적이 한.번.도. 없었던 것과 같이
어머니 역시 아버지에게 다정한 남편의 정과 배려를 느껴 본 적이 없으실 것이다
(부부간의 정을 자식이 어찌 정확히 알겠냐마는...내 아버지는 그런 분이시다)

* 어린 시절엔 왜 우리 아버진 그럴까? 라고 반항심도 품었었고, 미워도 했었지만,
이제는 나 역시 마흔이 넘은 나이의 두아들의 아버지가 되었고,

내 20대 중반, 군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후부터는,
그 자체가 내 아버지의 성격이고 인생이라는 것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.
세상의 모든 아버지, 모든 남편이 다 다정하고 좋은 아빠, 남편일 수 없듯이
내 아버지, 어머니의 남편이 그렇지 못한 남자들 중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....

어머니를 생각하면,
한 여자의 일생, 인생에 있어 남편이라는 한 남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절실히 느끼게 한다
그래서 인지 난 지금도 나이든 여성, 고생하는 여자 등을 보면 코 끝이 짠해 온다.

어머니가 성당 자원봉사자로 철야 기도 상담 봉사 (내 생각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담 봉사)를 하면서,
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어야 더 잘 상담을 해 줄 수 있을 텐데....라는 생각이 드셨단다.

올 2월부터 수도학원 검정고시반을 시작하셨다는데.....3월 말인 이제서야 나에게 그 이야길 하신다...
나 역시도 어머니한테 그렇게 편한 아들은 아닌가 보다.

주중 월~금요일 오전 8시 넘어 학원으로 집을 나서고,

9시 수업 시작으로 5교시를 하고, 집으로 다시 걸어 오신단다.

걷는 것 자체가 육체적 운동이 될 것이고,
배우고 공부하는 것이 정신적 운동이 될 것이다.

참 듣어 반가운 소식이다.

어머니가 아주 기초적이고 쉬운 영어 사전이 있었으면 하신다.

영어 초보자에게 좋은 사전 하나 보내 드려야겠다.

어머니 공부! 강력하게 응원합니다

사랑합니다.

못난 둘째 아들이 평촌에서 올림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