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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사는 이야기/일기

11.6.11.....준우의 관찰력....

지난 5월 30일...
2분기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날

여행가방을 들고 나서는 나한테 준우가 한말....
"아빠 아빠 회사 옷 안 입고 가도 되?"
" 무슨 회사 옷? 어떤게 아빠 회사 옷 인데?"
" 그 줄무늬 옷이 아빠 회사 옷 아니야? 안 입고 가도되?"
'....어떤 옷 이야기 하는거지....???'

생각해 보니 소매가 낡고 헤져서 버린 회색 줄무늬 남방!
항상 한국의 4계절에 상관없이, 예멘서 한국에 올 때는 항상
그 줄무늬 남방을 입고 휴가를 왔었다 내가,
우선 긴팔이라 비행기 안에서 그리 춥지 않았고,
또 카라가 있는 옷이라 공항 다니기에도 괜찮았으므로..

근데 휴가 올때 마다, 그리고 복귀할 때 마다 입었던 그 남방을
입지 않고 다른 옷을 입고 간다고 나선 아빠가 준우눈에는
스포츠단 옷 안 입고 스포츠단 가는 자기처럼 생각이 들었나
보다.....


사례 2,

내 한국 휴가 시 주로 입었던 반팔티는 흰색 바탕에 파랑/주항 등의 줄 무늬가 있는 것.
준우 반팔티 중에도 비슷한게 있다.

옷을 갈아 입히면서...그 티를 입혀주는데 준우 하는말...
"...아빠 회사 옷이랑 비슷한 거다..."

준우 눈에는 아빠가 입고 다니는 옷이 다 회사 옷이라고 생각한다
(준우는 아빠 회사가 자기 어린이 집이나 스포츠단과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. 매일가고...주말등 쉬는 날은 안 가는....)

아이들의 관찰력은 놀라운것 같다
아니면 반대로 관찰력 자체는 아이나 어른이나 다 똑같은데
아이들의 그것이라고 너무 낮잡아 보는 내 시각이 잘 못 된 것일 수도...


오늘 준우가 티비를 너무 많이 본 다고 집사람이 언잖아 있다.
화도 나고 짜증도 난 상태다...

내가 6살때 난 머 하고 놀았는지를 생각해 본다.
6살....사실 난 기억이 별로 없다...어릴적 기억이...
지금까지 남아 있는 기억의 최소연령은 7살...
그것도 집앞 마당에서 말뚝박기 하고 놀았던 기억의 단편 조각들만....

준우가, 아빠도 없이....주말등 많은 시간이 있는 날에, 무엇인가를 혼자 즐기며 할 수 있는 것....이게 어른들이 이야기 하는 여과이고 취미 생활인가 보다....비록 6살이지만...

취미생활...
많은 성인들도...주말엔 티비앞에 붙어서, 요즘은 아무 목적없이
컴퓨터 앞에 붙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.....
가장 몸이 편안하고....가장 머리가 아무 생각없이....보낼 수 있는 것. 그것이 영상 매체가 아닌가 생각한다.

준우가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고, 모라자서가 아니라....
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 동물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.

부모로써, 아빠로서, 그런 아들에게....
티비보다 더 즐겁고 유쾌하게 여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
좋은 취미를 알려줘야 겠다 라고 생각한다...

^^ 사실 나도 주말, 특히 금요일 심야 시간엔 OCN등 영화 채널 앞에서 맥주 마시며 몇시간을 보내곤 한다....
책을 몇시간 읽으라고 하면....눈 뻘게지고 피곤하다고 하면서...
영화는 몇시간씩이나........

사람은 다 그렇게 자연적으로 편안함, 다른 말로 게으름을 추구하도록 되어 있나 보다....

그 자연적인 게으름을 얼마나 역행하느냐, 얼마나 의미있고 보람차게 보내느냐에 다른 기준의 성공 또는 먼가를 이루어낸 Professional이 되는 것 같다.

게으름에 대한 역행!

2011년 6월 11일(토)...
두바이
호텔방에서 게으름으로 몸을 부비면서....